청양군은 지난달 30일부터 9월 1일까지 3일 동안 청양시장일원에서 제14회 청양고추·구기자축제가 대도시 소비자들과 출향인사, 인근 시·군에서 찾아온 주민과 군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2일 밝혔다.
특히 축제기간동안 무제초제, 청결세척, 건조, 공동선별, 품질보증, 리콜제 시행 등 6대 차별화된 명품청양고추 판매를 통해 타 지역고추와는 다른 청양고추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군은 올해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소비자의 기호와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고추의 매운맛의 정도에 따라 청양1호(아주매운맛), 청양2호(매운맛), 청양3호(보통맛)로 분류,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
또 축제장에서는 다양한 축제프로그램을 준비해 축제장을 찾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으며 30일 첫날 개막공연에는 왕종근의 사회로 현철, 설운도, 배일호, 강민주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는 것.
그리고 축제 이튿날인 31일 오후1시 KBS전국노래자랑이 축제 인근 백세공원에서 열려 제14회 청양고추·구기자축제를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 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역주민들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외면한 축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청양재래시장에서 수십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심모씨는 고추와 구기자의 홍보는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으나 시장상인들은 울상”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지역상인들의 어려움을 청양군고추·구기자축제위원회는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1년에 전국 곳곳에서 2천500여개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365일 매일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축제들이 개최되고 마무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단 하루라도 축제가 열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지역축제가 넘쳐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국에 비슷한 내용의 축제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축제를 기획하다 보니 내용도 겹치고 실속이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축제의 주제 및 프로그랩의 차별성과 독창성이 미흡해 축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축제로 전락할 우려마져 있다.
특히 축제장에 관광객을 동원하기 위해 버스 수십대를 지원하는 방법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게할 우려가 있으며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라고 볼수 있다.
축제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외지상인들은 자리세를 내고 이를 악용해 관광객들에게 바가지 상술을 부리거나 상품화 논리가 팽배해져 축제를 찾는 관광객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게다가 행사장 요소요소에서 지역을 홍보하고 봉사활동에 주력해야할 일부 사회단체들이 음식을 판매하는 영업행위다.
축제는 그 지역을 찾은 관광객에게 지역 특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14회째를 맞고 있는 청양고추·구기자축제는 지역상인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이며, 사회문화적 효과는 물론이고 지역경제활성화 효과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민들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지역의 상권이 살아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성장해나가는 축제의 모습은 볼 수 없고 본질을 잃고 내실없는 축제로 추락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축제장을 찾다보면, 나이든 어르신들과 사회단체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소외계층 어르신을 많이 모시는 것을 지적할 것은 없지만, 정말 축제를 즐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보다 축제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대부분 동원된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행사는 정치인들의 얼굴 알리기와 치적 쌓기로 그쳐 원래 축제가 가진 가치와 의의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청양고축.구기자 축제가 청양군에서 주도, 이벤트 회사가 맡아서 진행하다보니 수익성 중심으로 행사가 흐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축제의 주제와 소재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행사를 관람하면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다른 축제에서 봤던 유사 프로그랩을 그대로 가져와 재현하는 실정에서 참가자들이 새로운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축제를 통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돈을 많이 벌어도 지역주민들이 축제에서 소외된다면 축제는 이미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실질적인 참여의 주체가 되어 이웃과의 관계망이 강화되고 지역공동체가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관주도의 축제 탈피가 시급하다.
또한 민 관이 협력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축제의 분위기를 좋게 유도할 수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마저 등 돌리는 축제가 있다면 그것은 본질을 잃은 축제이기 때문이다.
>> 개선책
그럼 청양고추.구기자축제의 희망은 없다는 것인가?
청양고추.구기자축제가 지역축제다운 역할을 하기 위해선 먼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축제의 통폐합을 통해 축제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대표축제를 선정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
고추먹고 맴맴식 판박이 행사진행 등 부실한 콘텐츠와 홍보 부족으로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다.
축제장에서 판매보다는 지역의 청정성과 상품의 우수성 홍보에 주력하고 판매는 인터넷 주문판매와 직거래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청양고추와 구기자 등 지역의 브랜드를 갖추고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과 내용을 내실있게 기획하면 지역의 브랜드를 전국에 알리면서 지역화, 전문화, 전국화, 국제화에 매진할 수 있다.
이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