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새누리당의 반대로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각 정당의 ‘공천 개혁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야는 후보자 결정 과정에서 당원과 유권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상향식 공천’을 실시, 공천 폐지 주장을 불러온 각종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카드를 먼저 꺼낸 것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오는 29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상향식 공천제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확정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중앙당 차원의 전략 공천을 배제하고 경선이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당 소속 후보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폐지가 어려워지자 지난 23일 ‘상향식 선출제도’를 중심으로 한 당 개혁안을 내놨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후보자 추천을 위해 대대적인 공천 개혁을 실현하겠다”며 “공직후보자는 원칙적으로 당원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해 혁신적인 ‘상향식 선출제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의 “민주당만이라도 ‘무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이같이 가닥을 잡은 것은 선거에 이기려면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민주당까지 경선 확대 방침을 들고나오면서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의 적용 여부 및 범위를 놓고 여야가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신한 여야의 ‘상향식 공천제’ 도입이 공천비리를 최소화하고 부패 인사의 정치권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나 경선 등을 통한 후보 선출 방식이 과연 ‘상향식 공천’을 완성하는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기초선거로 갈수록 선거 비용에 비해 경선 등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대세다.
또 상향식 공천제 도입이 ‘대선 공약 불이행 물타기용’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여야의 공천 개혁안이 선거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명일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