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롯해 내 자식이 참사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는 청양군민들이 간접 경험에 의한 스트레스 장애, ‘대리 외상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은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아도 방송을 통해 사고 장면을 목격하고 슬픔에 빠진 피해자 가족을 지켜보면서 자신과 연관된 듯한 심리적 외상을 겪는 질병이다. 청양읍에 사는 이 모(67)씨는 “물속에 잠겨있는 아이들이 내 손자, 손녀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TV를 계속보고 있으면 몸이 떨리기도 하고 힘이 쭉 빠지기도 해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약한 사람의 경우 사고를 목격하기만 해도 대리 외상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사고로 인해 전국민이 증후군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대리 외상 증후군을 호소하는 계층은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심각하다. 박 모(청양고 3년)군은 “방송을 보고 있으면 너무 안타깝고, 불안하다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며 “요즘 들어 집중이 안되고, 멍한 상태로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초·중생 아들을 둔 최 모(45·여·청양읍)씨는 “(세월호)사고만 떠올리면 일이 손에 안잡히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방송을 자꾸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온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이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