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양군 화성면 신정리. 임 모(60)씨가 농사 짓는 1,300㎡ 규모의 콩밭에서는 싱싱하게 뻗어 나온 50㎝의 콩 줄기가 태양을 머금고 있었다. 올 초 가뭄이 있었지만 임씨의 콩밭은 관개시설을 미리 준비해 둬 예년보다 작황은 더 좋았다.
그러나 콩밭을 바라보는 임씨의 표정은 바닥을 치고 있는 콩 가격 때문이에 근심이 가득하고 어두웠다. 2012년에는 수확한 콩 350㎏을 팔아 200만원을 벌었지만 올해는 같은 양을 팔아도 100만원도 채 벌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임씨는 “콩 가격 때문에 이미 주변 주민들은 출하 전인데도 농사를 다 포기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아예 농사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심이 타고 있다. 특히 콩과 호박, 고추 등 도내에 생산농가가 많은 농산물의 경우 지속적인 가격 내림세를 보이면서 아예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려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도내 7월 소매시장(전통시장 등)의 농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콩(1㎏)은 7,200원에서 5,700원으로, 건고추(600g)는 1만5,160원에서 1만1,300원, 호박(1개)은 940원에서 800원으로 급락했다.
이는 `풍년’이 가져다준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수확량이 늘어났지만 수요가 뒷받침이 안 되는 것이다.
대전농산물 도매시장 경매 물량을 보면 올 들어 6월까지 콩 출하량은 11.3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8톤에 비해 2.2톤이 증가했다. 호박도 489톤으로 지난해보다 91톤이 증가했고 고추 역시 지난해 238톤보다 급증한 319톤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 침체로 농산물의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주저앉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여에서 10년째 호박농사를 짓고 있는 박 모(65)씨는 1만6,000㎡의
밭에서 매년 평균 1만2,000상자(1상자당 8㎏)를 출하하고 있지만 지난해 1상자당 1만2,000원에 팔던 호박을 올해는 4,000원 정도에 내놔야 하는 실정이다. 박씨는 “상자당 최소 1만원 정도가 돼야 인건비와 각종 시설비 등을 제외하고 적으나마 수익이 나는데 현재의 거래가격이면 오히려 손해”라며 “재배를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6,600㎡의 밭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청양의 김 모(60)씨도 답답하다. 지난해 들어온 건고추가 아직까지 저온창고에 수북해 지난해 600g에 8,000원 하던 값은 현재 5,000원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희연 사)한국농업경영인협의회 충남부회장은 이에 대해 “생산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요 공급의 원칙이지만 세월호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와 식생활 변화 등으로 농산물 수요가 유난히 감소했다”며 “농산물 가격 하락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체계적인 농업관측을 통해 재배 작물 선정 및 관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이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