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임박하면서 농업군인 청양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년째 4만㎡의 면적에 감자를 재배 중인 박모(60·남양면)씨는 한중FTA 연내 타결 소식을 듣고 한숨을 지었다. 감자 가격은 매년 하락하고 있고, 앞으로 중국산 감자마저 수입될 것을 생각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
박씨는 “지난해 감자 가격이 10㎏당 2만3,000원이었던 반면 올해에는 1만8,000원으로 떨어졌다”며 “국내에서도 판매 싸움이 치열한데 한중 FTA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장평면에서 토마토를 키우는 이모(53)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산 토마토가 수입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계속되는 적자에 이상기온으로 농작물 피해까지 겪으면서 인근 농가들과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형편이다.
이씨는 “매년 30톤씩 토마토를 수확해도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농가에 대한 대책 없이 중국과의 FTA를 밀어붙이면 결국 농민들만 힘들어진다”고 했다.
전문기관들은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중국과 비슷하게 밭농업을 하는 도내의 경우 과채류 농업단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희연 한국농업경영인회 충남부회장은 “중국은 재배면적이 넓고 수확량이 많기 때문에 도내의 우수한 농산물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며 “한중 FTA가 체결되면 도내 농업 자체가 존속되기 어렵다”고 했다.
충남대 농업자원경제학과 한 교수는 “중국이 지리상 가깝기 때문에 신선도가 유지된 과채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초기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품질향상을 위한 정부지원과 유통비용을 감소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이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