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에 한해 돈이 없어도 일단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20년째 시행 중이지만 홍보 부족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에서 50대 급성복막염 환자가 응급실에서 진료비 1만7,000원 미납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해 숨지면서 이미 갖춰진 사회안전망조차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내 한 대학병원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1년간 받지 못한 응급실 진료비가 138건 983만원에 달한다. 또 다른 대학병원도 한 달 평균 300만원가량의 응급실 진료비 미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17%가량은 현재 받을 방법이 없는 상태다. 미납자의 대부분은 응급진료를 받은 후 진료비를 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수액주사를 뽑고 가는 경우로, 수십명의 환자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응급실의 특성상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돈이 없더라도 굳이 달아나지 않고 진료를 마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1995년부터 응급실 내원환자가 돈이 없으면 일단 진료를 받고 국가에서 대신 병원비를 낸 후 1년 안에 가족 등이 갚는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운영 중이다. 진료 전 원무과에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이용하겠다고 한 후 응급의료비 미납확인서를 작성하면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안내해야 할 병원측은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꺼리고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진료비가 입금되는 데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리고 응급의료비를 대납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급을 거부할 경우 병원에서는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응급의료비 대불 지급 거절비율은 16% 정도에 달한다. 또 지난해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안다고 응답한 환자의 비율은 9.8%에 불과했다. 한 병원의 관계자는 “대불제가 있지만 실제 진료비를 내지 않고 가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치료가 시급한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가 섣불리 이용을 안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명일 취재본부장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