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도내 애연가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담뱃값이 부담스러워 금연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흡연을 이어가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미리 담배를 확보하려는 소비자들 때문에 ‘담배 사재기’ 현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이참에 끊겠다’
16년째 애연가인 이 모(37)씨는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금연을 결심했다.
결혼 8년차 이씨는 매년 연초마다 금연을 결심했지만 늘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되자 금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씨는 “집이나 회사에서 가족, 동료에 피해 안가게 담배 피우는 것도 눈치가 보였는데 담뱃값이 확 오르니 피울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루 한갑씩 담배를 피우던 대학생 정 모(23)씨도 이번 기회에 담배와의 인연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두배 가까이 인상이 예상되는 담뱃값을 한달 생활비 20만원으로는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 시간 시급이 6000원인데 인상안이 통과된다면 담배 한갑이 시급과 맞먹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양군보건의료원은 금연클리닉 신규 등록으로 분주하다.
청양군보건의료원의 경우 평소 하루에 2∼3명이 금연 상담을 신청했지만 담뱃값 인상 소식과 함께 이날 하루 동안 10여명이 등록하는 등 문의가 폭주했다.
금연 열풍이 불고 있다. 인상소식이 돌자마자 일주일 새 20여명이 금연 클리닉에 참가했다.
전용화 원장은 “담배 인상안이 발표된 후 금연클리닉에 참가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증가했다. 찾아가는 금연클리닉을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며 “금연 패치와 비타민제 등 금연 관련 물품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피우겠다’
애연가인 김 모(45)씨는 담뱃값이 두배 가까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금연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영업직에서 근무하는 업무적인 특성상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담배를 피우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관계를 맺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카페 내에서 흡연이 금지되면서 불편함도 있고, 회사 내에도 흡연실이 따로 없어 후미진 곳에서 담배 피우는 상황이지만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다.
김씨는 “업무와 각종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담배 한모금으로 잊곤 했다”며 “생각보다 높은 인상률에 금연을 잠깐 생각했지만 아직 담배만 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를 찾지 못해 그냥 피울 작정이다”고 말했다.
■ 담배 사재기 부작용 우려
정부가 지난달 11일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하자 담배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담뱃값 인상 소식이 들리자 편의점 업계에는 담배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애연가들을 중심으로 담배 사재기가 빠르게 공론화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후에도 담배 판매량이 계속 증가되고 있다는 것. 청양의 한 편의점 점주는 “담뱃값 인상발표 후에도 담배 판매량이 10% 정도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평소와는 달리 보루 단위로 담배를 구입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제조업자와 도·소매인 매점매석을 견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사재기에 대해선 사실상 규제할 방법이 없어 인상안이 적용되는 내년 초를 앞두고 올 연말까지 사재기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별취재팀 이인식 편집국장, 안주혁 기자, 최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