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여성 캐디 성추행 의혹과 관련,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인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캐디들은 현행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 성추행 등의 인권침해에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충남도내 모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이 모(31·여)씨는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에 빠졌다. 라운딩을 할 때마다 “얼굴이 예쁘다”며 치근덕거리거나 몸매를 지적하는 고객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씨는 어디에 하소연 할 데가 없다. 회사는 물론 노동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스킨십을 넘어 손님들에게 심한 성희롱을 당하지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다보니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다”며 “이 때문에 퇴직이 캐디들의 최선의 방법인 셈”이라고 밝혔다. 남자 캐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년차 캐디인 김 모(29)씨는 최근 고객에게서 심한 욕설을 듣고도 오히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고객이 골프장 측에 캐디의 태도를 문제삼아 항의하면, 오히려 자신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김씨는 “골프채를 집어던지는 고객부터, 남자가 왜 이런 곳에서 일을 하냐며 심한 모욕을 하는 고객까지 다양하다”며 “캐디들은 그런 모욕을 듣고도 먹고 살기 위해 죄송하다는 말밖에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캐디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의 법적 지위는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다. 이 때문에 노조 설립은 물론 근로기준법 등 인권 보호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보호도 받지 못한다. 사측에서도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거나 근로환경을 개선해 줄 의무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캐디 등 특수고용직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근로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권익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고용노동부에 권고했지만 정부는 아직도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어느 곳에서도 인권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인식 기자 bj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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