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는 웃어른께 세배를 한다. 세배는 새해를 맞아 웃어른께 드리는 인사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뜻이 담겨 있어 심신을 일신하고 온갖 축원을 얹어 인사를 올리게 된다. 이때에는 간절한 축원을 담아 “만수무강 하십시오” “건강 하십시오”등 좋은 말씀을 올리게 된다. 어렵던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세뱃돈은 없었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어르신들께 세배를 드리면 부침개 한쪽과 덕담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이 배고픈 삶이였기에 세뱃돈이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그 후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세뱃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세뱃돈은 단순히 용돈이 아니라 새해의 무탈과 복을 기원하며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복돈’이라고도 하는데, 세뱃돈을 난생 처음 받았기에 세상에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설 명절을 앞두고 군수로서 100세 이상 어르신께 해마다 세배를 드리곤 하는데 우리 군에는 100세 이상 어르신이 열 두분 계신다. 올 설에도 변함없이 세배를 드리던 중 지난 2월 4일 청양읍에 거주하시는 101세의 박소저(여) 어르신께 세배를 드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뱃돈이라는 것을 일평생 살아오면서 주어만 봤지 받아 본 사실이 없는 나에게 그 어르신은 손자들이 준 용돈이라며 꼬깃꼬깃 접힌 2천원을 허리춤에서 꺼내 흔쾌히 내주시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가슴이 뭉클하더니 감동의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어머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주변사람들은 “부적으로 써라”, “집 안 천정에 붙여 놔라” 등 여러 의견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나는 어르신이 주신 세뱃돈 2천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해맑은 표정을 지으시며 주신 2천원은 군수로서 ‘지역주민의 안녕과 번영’ 미래를 설계해야 할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하라는 덕담과 염원이 담겨있었기에 비록 작은 금액이지만 앞으로 우리 청양을 짊어지고 이끌어 가야 할 동량을 길러내는 원동력이 되는 장학금으로 내놓았다.오늘도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는 어느 분이 며느리와 함께 찾아와서 장학금을 기탁하고 돌아갔다. ‘장차 내 손녀가 배우고 커 나가야 하기에 장학금 기탁한다’고 밝히는 것이었다. 한 때 선거에서 내가 내 놓은 공약 중에 “200억 원의 장학금을 조성 하겠다”고 하였으나, 많은 분들이 “그거 잘 되겠나?” “빌 공자 공약(空約) 아니냐?”, “말도 안 되는 소리한다.” 등등 부정적인 입소문 등이 많았다. 나 역시도 공약은 했지만 장학금 200억 원 모금에 대한 부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과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을 군민의 마음만 바라보며 오늘까지 왔다. 그 결과 5년 만에 그 목표를 훌쩍 달성하였다. 이제 그 부담들을 내려놓으니 한마디로 홀가분하다. 요즘같이 마음이 편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할머니의 장학금 2천원의 의미가 새삼 감사하고 고맙다. 그분의 속 깊은 마음이 청양의 미래를 분명히 밝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본다. 장학금을 기탁해 주신 많은 분들의 정성이 모두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알지만, 넉넉하지 못한 생활에도 주름지고 검버섯 가득하신 거친 손으로 전해 주셨던 그 2천원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다. 새해 그 사랑의 마음이 청양에 가득하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