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칼레는, 터키 중부 내륙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도시 교외의 주거지역이 아니라 씨족부락과 같은 혈연공동체이다. 파묵칼레는, 서로 관찰하거나 쓸데없는 훈수나 간섭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집성촌이다.
목화(파묵)의 성(칼레)에서 여행자들은 눈처럼 하얀 밝게 빛나는 석회층으로 된 마을 뒷산과 그곳에 있는 히에라폴리스 외에 관심을 가질 만한 게 없다.
중앙아시아 유목민 시기부터 오스만 제국시대에 이르기까지 로얄패밀리들이 유럽계 백인이나 카프카즈계(아시아계 백인종)의 혼혈이듯이, 파묵칼레 사람들은 자신들을 터키인이라고 하지 않고 투르크인이라고 부른다.
터키 여성에게 `너 정말 피부가 하얗다`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듯이, 마을 뒷산의 목화처럼 하얀 성으로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혈연공동체에게 여행자는 찬사금을 바치고 스쳐 지나가는 키로(원래 쿠르드족 소년을 뜻하는 말이지만 시골 출신으로 불명예스럽고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무식한 사람을 뜻하는 매우 모욕적인 언사)일지 모른다.
그러나 파묵칼레의 마을 뒷산에 가로놓여 있는 석회층의 산은 여행자들을 자연의 품 속으로 껴안는다.
여행자들은, `장미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가시도 감내한다`는 터키 속담처럼 `비(유럽계) 백인 외국인`임을 받아들이면서 파묵칼레의 자연에 파묻힌다. 그 자연은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는 석회층과 이곳에서 흘러내리는 온천수로 형성된 작은 온천들이다. /편집자 주
파묵칼레로 가는 창밖은 마치 한국의 농촌 같은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나지막한 산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고 작은 밭들과 한적해 보이는 농가들이 이곳이 먼 이국임을 잠시 잊게 해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닮았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터키인들이 유난히 한국인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터키 사람 가운데 일부는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부르기도 한다는데, 그런 친밀감이 생긴 데에는 지형적인 공통점도 한 이유가 됐을지 모르겠다. 자연환경이 사람들의 생활관습이나 심성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터키는 우리 역사책에도 ‘돌궐’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정도로 꽤 친숙한 나라다. 편안한 마음으로 점점 파묵칼레에 다가갈 무렵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석회암으로 덮인 하얀 산이 눈앞에 나타났다.
카파도키아를 출발한 버스는 오브룩 한을 거쳐 우리 일행은 석회질의 온천수가 흘러내려 하얀성을 만들어낸 세계유산 파묵깔레에 약 6시간만에 도착했다.
파묵칼레는 자연의 시간이 빚어놓은 최고의 결정체가 아닐까. 목화솜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석회층과 그 위로 흘러내리는 온천물이 만들어낸 풍경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이집트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도 자신의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파묵칼레를 찾았을 만큼 이곳 비경은 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선계를 연상케 한다.
로마시대의 황제와 클레오파트라도 찾아 목욕했다는 곳. 그냥 온천이 아니라 하얀 온천이 흐른다고 하는 신비의 성. 터키 여행 중 석회수가 만들어낸 하얀 목화의 성 파묵칼레를 찾았다.
터키의 수많은 아름다운 곳 중에서도 파묵칼레는 특별한 여행지다. 파묵칼레는 성서 골로새서에 언급되는 고대도시 히에라 폴리스로, 햐얀 계단식 논처럼 펼쳐진 파묵칼레를 쳐다보면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햇살에 반사돼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파묵칼레는 맨 위에 있는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석회가 침전돼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이다.
하얀 구릉을 따라 올라가면 1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과 로마 목욕탕이 나온다. 이곳의 온천수는 로마시대부터 유명했다.
섭씨 35도의 탄산수로, 여러가지 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로마 목욕탕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부근에 클레오파트라가 목욕을 했었다는 온천장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들어가자마자 만난 자그마한 호수. 클레오파트라가 온천수로 사용했다는 바로 그 물이다. 따스하다. 석회층 보호를 위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층층이 석회수가 고인 연못이 여기저기 보인다. 하늘도 푸르고 구름도 투명한 물에 비친다. 마치 동화 속을 걷는 기분이다.
흡사 베버리힐즈의 멋진 마을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작은 시골마을이다. 시간이 넉넉하면, 온천이 나오는 이곳에 며칠 머물러 봐도 좋을 것 같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니 좀더 파란 석회수와 더 역동적인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눈 부시게 맑은 석회수. 예전엔 일반 시민들도 이곳에 마음껏 들어가서 온천을 즐겼다던데, 요즘은 관광객이 많아져서 그런지 자연 보전 차원에서 지금은 입장이 제한되고 있다고 한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대자연이 1만4천여년 동안 변화하며 빚어낸 멋진 장관이다. 석회수 연못이 층층이 있고, 그 사이로 석회수가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이 또한 신비로운 풍경이다.
아름다운 풍경 만큼이나 석양이 질 무렵의 파묵칼레도 환상적이라고 한다. 두 눈도 호사를 누렸지만, 내려와서 깜짝 놀랐웠던 것은 두 발이 엄청나게 맨들맨들하게 부드럽다. 좋은 온천이라더니 효과가 정말 대단한것 같다.
일단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원래도 사진에 하얀색을 예쁘게 담기 힘들지만, 파묵칼레의 하얀색은 석회암 성분 때문에 약간 노란 빛이 돌아 예쁘게 담기 더 어렵다는 것. 또 하나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은 일몰 시점의 파묵칼레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꼭 한번 다시 찾고픈 매력적인 여행지 파묵칼레. 독자 여러분들도 터키로 여행을 떠나신다면 꼭 파묵칼레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파묵칼레는 오감으로 신비로운 대자연을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글·사진/ 이인식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