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람바카(Kalambaka) 메테오라(METEORA)는 단어 자체가 종교적이다. 칼람바카는 `은수자(隱修者)`를 뜻하고, 메테오라는 `공중에 떠 있는, 하늘 바로 아래`를 의미한다. 평지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 그야말로 신령스럽다. 평균높이 300m이며, 가장 높은 곳은 550m란다. 기암괴석은 `007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등 많은 영화의 배경도 되었다. 198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에 수도원이 많을 때는 24개였다. 현재는 6개뿐이다. 루사노스 수도원, 발렘 수도원, 그레이트 메테오라 수도원, 니콜라스 아나파사스 수도원, 트리아스 수도원, 스테파노스 수도원(수녀원)이다. 이곳에 수도원이 들어선 것은 12세기다. 두피아니의 기둥으로 불리는 바위 꼭대기에 있던 파나이아 두피아니란 성모 마리아 예배실이 시초다. 이후 시대에 따라 새로운 수도원이 건축되었는데 가파르고 협소한 곳에 있기 때문에 모든 공간이 좁은 편이다. /편집자 주 ------------------------------------------------------------------------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그리스 여행` 하면 아테네와 산토리니 정도를 떠올리지만, `메테오라(Meteora)` 역시 빼놓지 말아야할 세계적인 명소다. 메테오라(Meteora)는 그리스 본토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핀도스 산맥에서 발원한 피니오스 강물이 적셔주는 테살리아 평원 위에 갑자기 융기한 땅이다. 아테네에서 자동차로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은 단조롭고 지루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그리스의 산들은 다윗 앞에 우뚝 선 골리앗처럼 불쑥불쑥 솟아 있었다. 마치 평지에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통째로 심어놓은 듯했다. 어머니의 품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산세에 익숙해서인지,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원을 배경으로 낮게는 20∼30m, 높게는 무려 550m나 되는 바위산들이 갑자기 돌출하면서 현실감을 느낄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것도 융기된 기암절벽 군락의 규모가 남쪽 칼람바카(Kalambaka) 도시에서 북쪽 메가로 메테오론까지 직경 4㎞는 족히 될 정도이니 그 위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평원의 작은 도시 칼람바카에 들어서면 눈앞에 거대한 물기둥처럼 치솟아있는 메테오라의 갑작스러운 장관은 순간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메테오라`란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는, 하늘 바로 아래`란 뜻이다. 현대어로 `메테오로`는 `운석` 또는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 인데 그 명칭답게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형국을 하고 있다. 이곳의 수도원들은 이 말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걸쳐져 있다. 메테오라 아래에 자리한 소촌인 칼람바카(Kalambaka)에서 보려면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 할 만큼 높다란 곳에 수도사들이 기거하고 있다. 이 지역이 어떻게 조성됐는지에 대한 견해는 분분하다. 대체로 장구한 세월 풍화와 물로 인한 침식작용에 의해 드러난 자연현상설이 설득력을 갖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지상에 떠있는 느낌을 주는 메테오라의 아슬아슬한 기암절벽 위에 수도원이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이곳에 처음으로 수도원을 짓기 시작한 것은 1367년부터라고 한다. 원래 24개의 수도원이 세워졌으나 현재는 이곳의 대표적 수도원인 메가로 메테오론을 비롯해 바를람 루사노스 하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도원 등 6개가 남아 있으며 루사노스 수도원에는 지금도 수도사들이 수도에 정진하고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하느라 길을 냈지만 옛날에는 사람조차 오르내릴 수 없는 절벽 위에 어떻게 건축자재를 운반해 수도원을 세웠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특히 그곳에서 수도하던 성도들은 도르래 등을 이용해 세속도시로부터 `긍휼의 빵`을 얻어 생명을 부지하면서 오직 기도에 힘썼다고 하니 그야말로 `신앙의 힘`이 아니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친구 일행 부부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동떨어져 있는 수도원에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두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계단을 오르는 일을 몇 차례나 반복해야 했다. 수도원은 가파른 계단 수백 개를 올라야 다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지만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수도원 내부.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휴게실, 기도실 그리고 정원까지 갖추고 있다. 트인 공간에서 슬며시 아래를 내려본다. 낭떠러지다. 현기증이 인다. 오래 전 도르래를 이용하여 사람도 올리고, 물건도 올렸던 장소다. 세속과 단절할 수 있는 곳에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던 곳이 수도원이다. 그리스 국기와 노란색 비잔틴 제국의 깃발이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전쟁을 통해 1830년 독립을 쟁취한 현대 국가 그리스보다 작은 수도원이 훨씬 긴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메테오라의 모든 수도원은 독야청청하듯 산꼭대기에 홀로 자리해 있었다. 어디에서나 이목을 끌 수 있는 산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듯했다. 불교의 사찰도 역시 산 속에 있기는 하나, 보통은 자연에 파묻혀 있어서 드러나는 법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도원의 위치가 성직자의 필수덕목인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불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수도원으로 올라가다 보면 놀라움보다 호기심이 먼저 생긴다. 어떤 이유 때문에 저 높은 곳에 수도원을 지었는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스테파노스 수도원의 뒤쪽으로 가면 칼람바카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장소가 있다. 과거 이곳에 거주했던 수도사들은 마을을 바라보며 어떤 상념에 빠졌을지 궁금했다. 고지에 있다는 우월감도 느꼈을 테고, 가끔은 희미한 불빛을 보며 외로움을 달랬을 듯도 싶다. 대 메테오른 수도원과 가까운 발람 수도원, 그림엽서에 단골로 실리는 루사노 수도원과 니콜라스 수도원, 영화 `007 유어 아이즈 온리`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됐던 성 트리니티 수도원은 메테오라에 남은 나머지 수도원들이다. 외관만 조망하고 훌쩍 떠나야 했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돌아보고 싶다. 지구는 작고, 둥글고, 그 곳에서의 삶은 그 만큼 별 볼일 없이 시시하고, 여행은 쉽고 지루하다. 하지만 또한 지구는 거대하고,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모양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롭고, 그 삶은 누구에게나 각기 다른 것이어서 놀랍고 특별하며, 여행은 그 모든 비밀을 탐구하느라 끝없이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가방을 싸고 길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곳에 숨어있을 미지의 마을을 향해서. 글·사진 / 이인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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