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4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실종되며 입지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대선 여야 공약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대선 이후 정치환경 변화에 따른 여야 셈법이 각각 다른데다 논의 주체인 국회가 사실상 이 문제에 손을 놓으며 시간만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등 근본적인 정치쇄신안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성과없이 활동을 종료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당론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전 당원투표를 실시해 찬성 67.7%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으나 이후 새누리당이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추가 논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논의해 온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지난달 30일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활동이 종료됐다.
국회 차원의 논의 창구가 사라져 버리며 이러다 자칫 유야무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여야를 불문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많다”며 “이런 당내 분위기도 공천제 폐지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기초선거에 나서려는 정치신인들이다.
현역 단체장과 의원들의 경우 기존 정당과의 네트워크가 있고 직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선거전에 임할 수 있지만 정치신인들은 다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천제 폐지를 염두에 두고 단기필마로 선거전에 뛰어든 입지자들은 당황해하는 빛이 역력하다.
선거가 8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약속을 믿은 채 무작정 유권자만 바라보고 선거전에 임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정당과의 관계 설정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 국회 일각에서 전면 폐지보다는 단계적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 것도 변수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중 어느 하나만 폐지하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지역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현실화 될 경우 여야는 대선 공약을 외면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일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