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가난과 고된 일로 자식을 키우셨던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이제 나이가 들어 편하게 여생을 즐길 만도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처럼 더욱 조여만 온다.예년만 못한 추위라고는 하지만 나이 많은 노인에게는 이 조차도 벅차고 힘겨운 나날이다.하루 한 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운명의 굴레가 야속하지만 오늘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거리를 배회한다.눈물마저 말라버린 삶의 무게를 지켜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의 울림의 소리는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 편집자 주차량통행이 많은 아침 출근시간, 십자로 주변과 터미널 대로변.차량이 오가는 사이, 마디마디 굵어진 손으로 손수레를 끌고 종이박스를 모아 담는다.폐지를 줍는 노인은 대다수가 노령인구로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윤순옥씨(가명·86·읍내리)는 다리가 불편해 걷기에도 힘들지만 유모차에 의지하며 폐지를 줍는다. 그렇게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천원에서 2천원 남짓.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윤 씨는 “서울에 사는 막내아들이 차를 샀다는데, 한 번도 본적이 없고 차도 없는데 있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지난해 가을 아들이 죽으면서 사망신고를 하고 화장을 했어요”라고 말한다.윤 씨는 이어 “사람이 있어야 차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며 하소연 했다. 그는 또 “나는 아는 것이 없어 모르는데, 재산(차가)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안된 것 같다고 주위에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며 “환갑, 진갑이 한참 지난 64살 먹은 아들과 둘이 살고 있지만 쌀이 있어야 먹고 살지 않겠냐며 종이라도 주워야 한다”고 처지를 비관했다.주민 최모씨(64)는 “지난해 사망한 윤 씨의 막내아들이 면허도 없는 장남 명의로 오래전에 차량을 구입한 걸로 안다”며 “폐차를 하려해도 세금이 체납돼서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최씨는 또 “막내아들은 서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장남과 윤 씨는 언제 차를 구입했는지 또 차가 어디에 있는지 행방조차 모르고 있다”며 “사는게 사는 것 같지 않아 불쌍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내비췄다.한편 이석화 군수는 지난 12일 청양읍 연두순방에서 “전국 최초로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금을 2018년까지 3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법적으로 지원 받지 못하는 취약 계층을 위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현재 폐지는 1kg에 80원, 고철은 최고로 주면 60원으로 하루 종일 고된 노동으로 리어커를 가득 채웠을 경우 1만 2천원에서 1만 3천원을 손에 쥐는 수준이다.3년째 폐지를 줍고 있다는 김철형(가명·81·읍내리)씨는 “하루 두 번 오전과 오후에 나와서 폐지를 줍지만 만원 벌기도 어렵다면서 열심히 하면 평균 5~6천원 정도 버는 것 같다”라며 “지금은 폐지를 줍는 노인이 많아져 그 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신의섭 기자 shines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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