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진주, 천국에 가까운 도시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는 여행의 시작인 필레문부터 두브로브니크의 하이라이트인 성벽투어, 성사비오르 성당과 아름다운 오노프리오스 분수가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또 피에타와 오래된 약국으로 유명한 프란체스코 수도원, 플라차대로, 스폰자 궁전, 영웅 기사 롤랑이 있는 오를란도브 게양대, 성 브라이세 성당, 렉터 궁전, 대성당 등 다채로운 여행지가 자리하고 있다. 수상택시를 이용해 두브로브니크의 해안선을 감상한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길마다 로맨틱함이 묻어나는 나라 크로아티아. 주홍빛 지붕이 예쁜 도시 자그레브, 동화의 마을 라스토케, 요정이 살고 있을 것 같은 플리트비체, 그 중에서도 눈부신 바다와 아름다운 성벽을 걷는 길이 마치 사랑의 여정과도 같아서 더욱 아름다운 도시 두브로브니크로 필자는 또 발걸음을 옮긴다.
두브로브니크 도심은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시가지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신시가지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구시가지를 둘러본다. 구시가지는 푸른 아드리아해를 따라 둥둥 떠 있는 성채도시 같다. 빨간 지붕을 가진 아이보리색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성벽이 그 주변을 감싸고 있다. 성벽 너머에는 끝이 어딘지 가늠되지 않는 바다가 있고, 반대편으로 푸른 녹음을 가진 산 중턱 곳곳에 마을이 모여 있다. 이같은 모습에 영국의 유명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두브로브니크를 보지 않고 천국을 논하지 말라’고 말했다. 빨간 지붕을 가진 모습은 유럽의 다른 도시와 흡사하다. 그것에 질릴 때도 됐지만 이곳에 도착하자 입에서 무심코 작은 탄성이 새나온다. 이곳의 붉음은 강렬하다. 아드리아해의 파란 물결에 선명하게 대비되며 강렬함이 배가 된다. 구시가지의 입구이자 서쪽의 현관문인 ‘필레 문(Pile)’을 들어서자 둥그런 ‘오노프리오스 분수(Onofrijera Cesma)’가 필자를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분수 뒤로 길게 뻗은 구시가지의 메인 길 ‘플라차 대로(Placa Stradun)’가 보인다. 대리석 바닥이 관광객 등살에 유난히 닳아 있다. 종탑 주위의 새들이 빙빙 돌며 지저귄다. “성벽을 돌지 않았다면, 두브로브니크에 안 간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필자는 아침일찍 두브로브니크의 제1관광 코스, 성벽 투어를 하기 위해 곧장 매표소를 찾아 티켓을 구매하고 그곳으로 올랐다. 환상적인 색채를 발산하는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운 공존을 만끽할 수 있는 2킬로미터 성벽을 돌아보았다.성벽의 서쪽과 동쪽에 각각 투어를 시작하는 입구가 있으므로 편한 곳에서 투어를 시작하면 되지만, 필레 게이트(서문)에서 플로체 게이트(동문)로 가는 코스를 많이들 추천한다. 아마도 이 코스를 걷는 내내 아드리아해를 바라볼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 코스를 더 선호하며 추천하고 있다.필레 게이트로 올라서면 곧게 뻗은 플라차 대로와 그 뒤로 우뚝 솟은 시계탑이 보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를 걷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2시간 남짓 성벽 투어를 끝내고 다시 찾은 거리에는 카페와 식당에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이곳의 명소인 부자(BUZA) 카페. 크로아티아를 알린 TV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나온 이 카페는 연기자들이 시원한 레몬맥주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갔던 곳으로, 이곳에 앉아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에 한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객들이 들러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 다시 구시가로 내려오면 시간이 멈춘 곳 같은 느낌을 주는 골목들이 구석구석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전쟁과 화재, 지진을 견뎌낸 세월이 무색하게 중세시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모습은 이곳의 모든 관광객이 두브로브니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플라차 대로를 거니는 것도 좋지만, 두브로브니크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골목이 있어 좋았다. 정오가 되기 전 사람들이 많이 없어 조용한 골목을 걷는 것이 좋았고, 해질녘 즈음 골목에 비추는 태양빛과 은은한 가로등이 있어 좋았다.둘째날 버릇처럼 높은 곳을 찾는다. 성곽 뒤편 400m 높이에 위치한 언덕 전망대 ‘스르지산’으로 향했다. 필자의 일상이 돼버린 습관처럼 일몰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도착했다. 가이드로 쳐 둔 공간이 답답했는지 왼편의 십자가탑이 있는 곳으로 간다. 보호시설이 없어 다소 아찔하지만 모든 게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바위에 걸터앉은 관광객들 틈에 자리를 잡는다. 성곽 투어와 필자만의 새벽 투어를 통해 봤던 이곳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성벽이 구도심을 감싸 안은 모습은 왜 이곳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복원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두브로브니크는 그러나 한여름의 살인 더위, 수많은 관광객, 높은 물가, 대표할만한 특징적인 음식이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바다, 과거, 현재를 모두 갖춘 이곳의 매력은 충분이 투자할 만하다. 필자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밤에도 여전히 북적거리는 구시가지 골목길을 어슬렁거린다.셋째날 플라차 대로, 그 끝에는 두브로브니크 대성당이 있다. 돔 모양을 하고 있는 이곳은 앞서 소개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대성당,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규모와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성당 내부에는 여러 보물이 전시돼 있고, 예배당 안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색색의 빛, 예배를 드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경건함을 느끼게 만들었다.플라차 대로 끝의 종탑 근처에 위치한 작은 루자광장. 스폰자궁, 성 블라이세 성당, 대성당 근처에 있는 이곳에는 여러 카페,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다. 이 근처에는 항구로 향하는 길이 있어, 노을이 질 때에는 스르지산 쪽의 전망이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을에 비치는 구시가의 모습을 보고 있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나와 같은 표정을 짓고 생각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외마디 탄성과 함께 그저 그 한순간만이라도 카메라에 담으려 노력을 하지만 가장 좋은 카메라 렌즈는 사람의 눈이라 했던가.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는 3박4일 동안 이곳에서의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첫날과 둘째날에도 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그저 놀라워서 이곳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고, 셋째 날은 이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에 또 한동안 앉아 있었다. 같은 자리,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던 시간을 돌이켜보자면,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 곳이라도 더 보고 가야 할 것만 같았던 나의 조바심 때문에 어떠한 것들을 놓쳐 왔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이 도시의 현재, 진짜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골목 투어를 권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플라차 대로를 중심으로 40여개가 넘는 골목들이 촘촘히 그물망처럼 뻗어 있다. 골목 안에 빼곡히 들어찬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걷다가 지치면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골목길 카페에 앉아 나른하게 게으름을 만끽해도 좋다. 이 도시에선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 요정의 도시가 마술을 부린다.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파래졌고 바다와 도시는 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회색 성곽으로 둘러싸여 오렌지빛 지붕을 이고 있는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잊지못한 낭만의 휴식처로 기억하게 만든다./글.사진 이인식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