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횟집 등 고가 음식점 타격...중저가 메뉴 매출 회복 역부족‘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된 지 한달째.청양을 비롯, 보령, 홍성, 공주, 부여지역 등 자영업자들이 매출 하락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접대, 회식, 선물 등의 경제활동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슈 마케팅’,‘고가 전략’ 등 불황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김영란법 파고를 넘기에는 쉽지 않다. 백제신문사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특별취재팀을 구성, 김영란법 시행 한달동안 지역내의 한우·외식·화훼업계의 변화상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계룡산을 비롯, 칠갑산, 오서산 등 가을 단풍철이 시작되면서 기대했던 청양을 비롯, 공주, 부여, 보령, 홍성지역 음식점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게 음식점 주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A 음식점은 하루 평균 손님이 300명에서 최근 100명 수준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홍성군도 축제기간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고 있다. 지난 추석연휴 매출도 전년도에 비해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려는 마케팅 전략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홍성의 한 업체는 이달 중순부터 한우 최고등급인 ‘1++’로 엄선한 ‘스페셜한우세트’를 43만원에 내놨다. 어차피 소비층 이탈은 피할 수 없고 가격도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 고급음식점 울상한정식, 일식, 레스토랑 등 고급음식점들은 김영란법 파고를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기존 메뉴에 중·저가 메뉴를 새로 내놨지만 신통치않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이탈한 단골 고객층은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령의 한 일식집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2만9000원짜리 메뉴를 개발,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한달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반면 중저가형 메뉴를 주요식단으로 내건 음식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기존 단골손님에 고급음식점에서 이탈한 손님까지 찾으면서 매출이 오르고 있다. 홍성의 한 식당은 중저가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면서 기존 단골손님에 신규 고객까지 늘면서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 공주의 한 레스토랑은 비교적 저렴한 점심식단(런치세트)을 만들어 매출 감소를 피했다. 부동산 업종 지형도도 변하고 있다. 고급 음식점을 중심으로 권리금이 떨어지는 반면 중저가 음식점의 권리금은 오르는 현상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사들은 “김영란법에 따른 매출감소가 고급음식점들의 권리금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조사비 줄며 꽃집 폐업 위기김영란법 시행 이후 화훼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 떨어지는 매출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다. 보령의 한 꽃집은 지난해 호접란 1대를 평균 1만원에 팔았지만 현재는 절반가격인 5000원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소비가 크게 줄었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족, 연인들을 위한 기념일 위주의 상품과 실내장식에 사용되는 화분을 전략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평소보다 매출이 30% 가량 떨어졌다. 이 업체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발성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꽃을 뇌물로 치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화훼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등 화훼선진국들은 70%이상이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장식용으로 꽃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선물용이나 졸업식과 같은 특정시기에 꽃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특히 꽃 가게들은 졸업식, 결혼식, 장례식 등 특정 경조사 수익이 전체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화훼업계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사무실 책상에 꽃 놓기’ 같은 캠페인성 소비 진작책이 시급하다”며 “소비자들의 인식전환만이 화훼업계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접대성 보단 친목 라운딩 늘어”■ 골프장 예상밖 호황 이어가김영란법 시행 이후 접대 문화가 사라지면서 골프장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하지만 골프장업계는 평일에도 예약 손님을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기를 이어가고 있다. 부여의 한 골프장은 지난 주말은 물론 평일도 1부와 2부 100여 팀이 라운딩을 하면서 ‘풀’로 가동됐다. 이번주도 벌써 주말까지 예약이 모두 끝났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한달동안 운영한 결과 별 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만큼 접대성 골프보다는 친목모임으로 라운딩을 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최근 가을 극성수기를 지나면 내년에는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된다면 내년에는 골프장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 이인식 편집국장, 임호식 취재본부장, 유은주 기자, 이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