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펴낸 에세이 `대한민국이 묻는다`(문재인ㆍ문형렬(엮음) 지음, 21세기북스) 에서 최측근 참모를 고를 때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겸손이 기본이죠. 능력은 그 다음입니다. 세 번째는 헌신이겠죠.”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의 얼굴’인 초대 대변인에 박수현(52.사진) 전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19대 의원을 지낸 박 대변인은 안희정 충남지사 최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인선에서도 안 지사의 추천이 있었다고 박 대변인은 인정했다. 박 대변인은 ‘안희정의 남자’란 개인적 친분을 떠나 언론 친화적이며 정무감각에 능한 인사로 통한다. 이번 대선기간에도 안희정 캠프 대변인에 이어 문재인 캠프 공보단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문 대통령의 ‘입’으로 예열한 바 있다. 초선 의원 시절에는 대변인만 3차례 맡는 진기록을 세우며 헌신했다. 또 현역 의원 시절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2년 연속 수상했고, 국회 출입기자단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에서 2013년 ‘품격언어상’, 2014년 ‘대변인상’을 받았다. 여기에 ‘백봉신사상’을 수상하는 등 정치권 안팎에서 `신사`라는 평을 들어왔다. 이밖에 대표 비서실장 두 번에 국회의원 임기 4년간 고속버스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국회를 오가는 소탈한 의정활동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활동했고, 최근까지 각종 종편 뉴스채널에 토론자와 패널로 출연해 입담을 선보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대변인 임명을 두고 ‘탕평 인사’란 일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인선은 ‘준비된 대변인’을 기용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박 대변인은 능력에 앞서 겸손을, 여기에 헌신까지 3박자를 갖춰 문 대통령의 참모진 발탁 기준에 부합된다. 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해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청와대 대변인 말이 문재인 청와대의 현재임을 잊지 않도록 하겠다. 좋은 대변인 역할이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을 잘 듣는 것’이라 여기겠다. 말을 잘한다는 건 자의적 판단을 줄이고, `사실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는 철학임을 명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고 건조한 소통에만 의존하지 않고 따뜻한 소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청와대 말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 모든 정당 대변인의 발표를 국민의 말씀으로 여기고 꼼꼼히 경청하겠다. 기자들 질문을 ‘국민의 질문’으로 여기고 항상 응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박 대변인은 ‘대변인이 언론친화형 인사로, 대통령이 밝힌 언론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여론이 있을 수 있다’는 <디트뉴스24> 질문에 “첫 인사를 드리러 왔는데, 어려운 질문을 한다”고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언론 친화적이란 말씀에 감사드린다. 모든 국정과제의 방향과 설정은 대변인이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새로운 정부에 기대하는 국민들 다수의 소망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여러 의견을 들어 국정과제에 실천하겠다”고 답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박 대변인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공주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민주당 원내 대변인과 당 대변인,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충남지역신문연합회 이선영 기자 bj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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