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희한한 곳이 참 많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이나 중국의 장가계는 대자연의 위용에 가슴이 뛰는 곳이다. 대자연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조형물이나 건축물도 있다. 아마도 피라미드 같은 곳이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그럼 자연도 희한하고, 사람들이 만든 조형물도 특이한 곳을 고르라면? 아마도 터키의 카파도키아쯤 될 것이다. 카파도키아는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땅`이란 뜻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버섯 모양의 우뚝 솟은 기암괴석 ‘요정의 굴뚝’과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 ‘지하 도시’ 등은 실제 만화영화 스머프 마을도 이곳 카파도키아를 본뜬 것이란다. 이 세상 풍경이 아니라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분위기다. 이곳에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개구쟁이 스머프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 /편집자 주 5월21일 오후 4시쯤 우리 친구부부 일행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을 통해 터키에 입성했다 이스탄불의 교통체증으로 늦은 밤 터키의 행정수도 앙카라에 도착했다. 22일 아침 일찍 앙카라의 한국공원을 방문, 한국전쟁참전용사 기념탑에서 한선희 청양우체국장의 선창으로 묵념을 올린후 대통령궁을 창가에서 바라보면서 동남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카파도키아로 출발했다. 소금 호수 `투즈골루` 우리 일행은 카파도키아 가는 길목에 있는 소금호수를 찾았다. 터키말로는 `투즈골루`라 불린다. 해발고도 1,700m에 위치한 고원호수다. 바닷물에나 있는 소금이 왜 여기 있는지는 지각의 융기가 설명해준다. 지각의 변동에 의해 바다였던 이곳이 그대로 융기하면서 마치 물이 담긴 오목한 그릇처럼 바닷물이 담긴채 그대로 융기하여 이루어진 거대한 호수다. 아나툴리아 지역에 특히 이런 소금호수들이 많아 이 지역이 지각변동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이 소금호수의 면적이 자그마치 약 1,500km2로 터키에서 2번째 큰 호수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바닷물은 증발하고 유입되는 물도 적아서 염도가 점덤 더 높아져 지금은 약 33%에 이른다고 하는데 `사해`처럼 높은 염도 때문에 사는 생명체도 없다고 한다. 이 호수는 터키에서 소비되는 소금의 약 65%를 생산한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다시 지하도시가 있는 데린쿠유로 향한다. 기독교인들의 피난처 된 지하 도시 데린쿠유 가장 인상적인 곳은 데린쿠유의 지하 동굴 도시다. 언제부터 이런 곳에 왜 사람이 살게 됐을까? 이제부터는 문화인류사 공부가 필요하다. 카파도키아에는 BC 5000년 전엔 이미 여러 개의 소왕국이 있었다. 이어 BC 2000년 전에는 세계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다는 히타이트도 제국을 세웠다. 이어 프리지아와 리키아, 페르시아 제국, 알렉산더 제국, 로마 제국, 비잔틴 제국을 거쳐 셀주크투르크,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차례로 카파도키아를 점령했다.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었던 강국들이다. 왜 이런 강국들이 거친 카파도키아를 노렸을까? 카파도키아는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 이전부터 중요한 교역로였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무역이 발달했다. 제국이 일어설 때마다 카파도키아는 전쟁터로 변했다. 주민들은 칼과 창을 피해 바위에 굴을 뚫었을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나중에는 아예 땅을 파서 지하에 도시를 만들었다. 지하 도시는 데린쿠유를 비롯해 와즈코낙, 아지굘, 타틀라른, 마즈 등에서 발견됐다. 지하 도시는 지금 발견된 것 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는 미로처럼 복잡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통로를 지나면 꽤 널찍한 방이 나타나고 다시 지하로 내려가게 돼 있다. 길이 복잡해서 관광객들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관광객을 위해 붉은색 화살표는 지하로, 푸른색 화살표는 지상으로 간다는 표시를 해놓았다. 지하 20층 정도의 엄청난 규모지만 관광객은 안전을 위해 지하 120m인 8층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지하의 온도는 항상 평균 15도에서 18도로 유지된다. 지하 7층에는 약 1만 명이나 모일 수 있는 엄청나게 넓은 교회와 우물, 식량저장고, 학교, 고해성사실, 가축을 기르는 곳도 있다. 다른 지하 도시로 피신할 수 있는 지하터널이 9km나 이어져 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지하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인근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30여 개의 지하도시가 있다. 수십 개의 지하도시를 연결하는 비밀통로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바람과 빗방울이 깎아놓은 기암괴석의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는 특정한 도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터키 중부지역을 통틀어 이른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크게 데린쿠유, 괴레메, 우치사르, 카이마크르 등으로 나뉜다. 카파도키아에 가면 온통 잿빛인 땅 위에 도토리ㆍ버섯 모양 등 기이한 바위 덩어리가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0만여 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지형이다. 분출된 용암이 굳고 화산재가 대지를 뒤덮은 후 비바람이 땅을 변형시키면서 지금과 같은 독특한 풍경이 태어났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유산이기도 한 카파도키아는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만화영화 `스머프`에 나오는 버섯 모양을 한 스머프들의 집이 바로 카파도키아의 돌기둥 집을 본뜬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어느 행성의 한 마을을 떠올려도 틀리지 않는다. 그만큼 카파도키아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기괴한 지형을 갖추고 있다. 카파도키아 전 지역에 걸쳐 형성된 이 기괴한 지형에 들어서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 지역은 네브셰히르와 위르굽을 잇는 도로를 경계로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는데 북쪽에는 버섯바위 등의 독특한 지형과 괴레메의 야외박물관,우치히사르,비둘기계곡 같은 볼거리들이 몰려 있다. 남쪽에는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는 교회 유적들과 지하도시가 흩어져 있다. 야외박물관이 있는 괴레메 일대는 카파도키아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수도사들의 은신처로 쓰인 동굴터가 집약된 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버섯 모양 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방이라도 그 안에서 스머프들이 뛰쳐나올 것만 같다. 실제로 그 괴석의 동굴 안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고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나 식당으로 개조된 곳들도 많다. 카파도키아가 이처럼 침략으로 몸살을 앓은 이유는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역로였기 때문이다. 늘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카파도키아는 언제나 약탈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사람들은 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적당한 암굴을 주거지로 선택한 것이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모든 것은 신비로웠다. 바람과 빗방울이 깎아놓은 기암괴석, 그 기암괴석에 들어간 사람들, 그리고 지하도시…이런 비현실적인 현실도 실재한다. 여행은 그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다. 글·사진 / 이인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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