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첫 지급일인 27일이 다가온 가운데 사용처와 한도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혼란과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특히 노인세대가 많은 농촌지역에서 보다 쉽고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탄력적으로 개선·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있다.농어촌기본소득은 청양군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면(面)단위 소비를 촉진해 경제 순환을 일으키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목적이다.기본소득 사용처와 한도는 거주지역에 따라 다르게 설정했다. 읍(邑) 주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읍과 그 밖의 모든 면에서 사용할 수 없고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의 합산 한도를 5만원으로 정했다. 읍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인 면 주민은 면에선 자유롭게 쓰고 읍 내 가맹점과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에선 모두 합쳐 5만원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것. 면 주민은 읍 중심 업종인 병원·약국·안경원·학원·영화관 5개 업종에 대해선 지역·금액 제한 없이 결제하고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에선 최대 5만원까지 쓸 수 있다.이에 한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는 주민이 많이 찾는 핵심 소매점인데 이들에 대한 합산 한도가 5만원에 불과해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나로마트는 식품사막화가 확산하는 인구감소지역에서 신선식품을 비롯해 각종 생필품을 취급하며 농촌의 기초 편의시설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농협 관계자들은 지침 확정 전부터 하나로마트를 기본소득 사용처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시범사업 지역 중 한곳인 A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하나로마트 포함 금액 한도가 생기면서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한도가 낮은 데다 복잡해 벌써부터 사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읍·면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구분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군 내 상권·인프라는 읍에 몰려 있는데 면 주민은 5대 업종을 제외하고 읍에서 기본소득을 쓸 수 없다. 면에 산다는 이유로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농협 한 관계자는 “면에는 기초생활시설이 매우 부족해 기본소득을 쓸 만한 곳이 없어 공모 직후부터 (사용처 확대) 건의를 지속해왔는데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면 주민 생활권이 읍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보니 면 내 새로운 가맹점이 생길 여지가 크지 않아 이대로라면 면 주민 불편이 클 것”이라고 했다.복잡한 규정이 사용자 편의를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이어진다. 현행 한도는 3개 이상 업종을 묶어 설정했다. 주민은 해당 업종에서 기본소득을 쓰려면 잔액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한도 이상으로 결제가 되지 않아서다.가령 하나로마트에서 월 최대 5만원 결제가 가능한데, 한번에 6만원어치를 구입할 경우 결제가 제한된다. 5만원은 기본소득으로 결제하고 나머지 1만원을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해야 한다.일부 지역사랑상품권은 체크카드와 연동돼 있어 사용자가 한번 카드를 긁으면 자동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잔액과 개인 체크카드로 결제된다. 기본소득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구현되지 않는다. 기본소득 잔액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확인할 수 있다.이에 대해 “고령주민이 세곳 이상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몇천원·몇백원 단위로 남는 돈을 일일이 계산하며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아쉬워했다.농림축산식품부 한 관계자는 소비 쏠림이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제약을 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부 매장에 소비 쏠림이 심화하면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면의 다양한 상점·매장에서 기본소득이 쓰여야 장기적으로 새로운 매장이 생겨나고 지역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특별취재팀 /팀장 이인식 대표기자, 이종석 취재본부장, 민태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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