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사육농가 최대 대목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농가는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산지 한우값 폭락으로 시름에 잠겨 있다. 김영철(62·청양읍 광암리)씨는 추석 대목 경기를 묻는 질문에 “어렵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180여 마리를 키우는 김씨가 암송아지 한 마리를 16개월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100만원. 이를 시장에 내놓으면 등급에 따라 100만~150만원을 받는다. 그나마 1등급 한우는 인건비라도 건지지만 이는 전체 소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소들은 16개월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으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한우값 폭락세는 이미 5~6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어 다들 한계 상황”이라며 “송아지를 파는 번식농가들은 이제 더 이상 소를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우값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확정된 2008년 이후 단 한 번도 종전 가격을 회복한 적이 없다. 2008년 400만~500만원을 호가하던 600㎏ 한우는 최근 250만~300만원 정도로 반토막이 나다시피 했다.
한우 사육농민 김 모(비봉면)씨는 “아무리 값을 후하게 받아도 이젠 사료값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업자들은 추석 때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농민들은 이제 명절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고 했다.
일시 반등을 기대했던 이번 추석 역시 실망스럽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 한우 1등급 도매가격은 ㎏당 1만3,500원으로 지난해 추석(1만4,582원)보다 1,000원 이상 떨어졌다.
추석 이후엔 한우값이 ㎏당 1만2,5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폭락한 한우값을 소비자들이 체감하긴 어렵다. 소매점의 한우 쇠고기 값은 이달들어 지난달에 비해 1,000원가량 올라 100g당 7,000~8,000원을 호가하고 있다.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추석 수요보다 공급량이 더 많다”며 “수입산 쇠고기의 재고가 많은데다 한동안 송아지 생산은 줄고 도축만 계속 늘 것으로 보여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