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영화관 웹사이트를 통해 표를 예매한 직장인 김모(41·청양읍)씨는 ‘찝찝한’ 경험을 했다. 휴대전화 결제방식을 선택했더니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모두 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렌터카를 빌리려던 박모(24·홍성읍)씨는 대여 계약서를 쓰다가 업체 직원과 옥신각신했다. 운전면허증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주민등록증까지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마지못해 주민번호를 알려줬다.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대다수 민간기업과 각종 인터넷매체들이 여전히 주민번호를 요구,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17일 안전행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7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병원·약국(의료법), 학교(초·중등교육법), 세금납부(소득세법), 보험(보험업법), 금융거래(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등을 제외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주민번호 수집 및 제공은 금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 기업과 인터넷 매체에서는 주민번호 수집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 소액결제 업체들의 경우 주민번호 수집 동의를 거쳐 본인인증을 해야 결제가 가능한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운용하고 있다. 렌터카 업계도 실제 차를 대여한 운전자가 불법 주·정차 등으로 적발됐을 경우 각종 과태료 부과 문제 등을 이유로 여전히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주민번호를 받지 못하면 운전자를 확인할 길이 없어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업계도 고충이 크다”고 밝혔다. 여행 업계의 경우 소비자로부터 여권 사본의 주민번호를 수정액 등으로 가리게 한 다음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빠른 예약이 우선인 업계 특성상 이를 생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정부는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본인을 식별할 수 있도록 마련한 13자리 무작위 번호 ‘마이핀’을 도입했지만, 아직 이용률이 저조한데다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많아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대 한 교수는 “공공기관은 관련 법률을 잘 숙지해 위반 사례가 많지 않지만 민간기업과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아직 관련 홍보와 인식 개선이 부족해 혼선이 야기되고 있는 것 같다”며 “계도 기간 충분한 홍보를 통해 내년부터 제도가 제대로 안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식 기자 bjnews@naver.com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