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땀 흘린 농부의 노고를 양분삼아 알차게 익어 간 곡식을 수확하고 난 후의 땅은 그 풍성한 결과물만큼이나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땅에서 살고 땅에서 스러져가는 농부의 쓸쓸한 마음을 채워주기 위한 ‘논바닥 서예전’이 청양에서 열려 눈길을 모은다.비봉면 불로리길 도로에 인접한 논 300m는 우당 이봉연 선생(사진)의 ‘논바닥에 서예를 심다’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로 변신했다.한글을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글자꼴로 체계화한 ‘우당체’의 이봉연 선생은 가을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풍요로움이 사라진 후의 쓸쓸한 공간을 예술작품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고자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우당 선생은 도시의 전시장을 찾아야 볼 수 있는 예술작품을 농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예술과 가까워지고 새로운 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특히, 한궁체, 서간체, 우당체, 판본체, 현대서예, 문자디자인, 캘리그라피 등 한글 서예 범주의 거의 모든 서체를 망라한 100점 이상이 작품이 보는 이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다양한 예술세계 감상의 안목을 넓혀 줄 것으로 기대된다.지난달 시작된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1일까지 약 2개월간 지속돼 싸늘한 겨울벌판을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전환시킴과 동시에, 좀 넉넉해진 기간에 일정을 조정해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우당 선생은 “성홍제 비봉면장님은 전시장 준비를 총괄적으로 주선해 주셨고, 이웃어른께서는 논 주인에게 직접 연락해 허락을 받아주셨으며, 짚단 나르는 분들도 기쁜 마음으로 도와 주셨다”며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소박한 소감을 밝혔다.